영화 《소울》
"Is all this living really worth dying for?" – 영화 《소울》 中
- 개봉일: 2021년 1월 20일
- 감독: 피트 닥터, 켐프 파워스
- 출연: 제이미 폭스(조 가드너 목소리), 티나 페이(22번 목소리)
- 장르: 애니메이션, 판타지, 드라마
- 러닝타임: 101분
영혼과 삶 사이, 그 경계에 선 조 가드너
영화 《소울》은 뉴욕에서 재즈 뮤지션을 꿈꾸는 음악 교사 ‘조 가드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단순한 인생 성공담이 아닌 철학적이고 내면적인 여정을 그려낸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 조는 마침내 꿈꾸던 재즈 공연 기회를 얻지만, 그 기쁨도 잠시,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현실 세계에서 이탈하게 되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태어나기 전 세상(The Great Before)’으로, 영혼들이 지구로 가기 전 자신의 개성과 삶의 목적을 찾는 공간입니다. 이 독창적인 설정은 픽사 특유의 상상력으로 구현되었으며, 현실과 영혼의 세계를 잇는 경계에서 존재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조는 그곳에서 지구에 가기를 거부하는 문제적 영혼 ‘22’를 만나게 되고, 그녀를 도와 지구로 돌아가려는 여정에 나섭니다. 이 작품은 단순히 인생의 목적이나 성공을 좇는 이야기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고 있는 삶의 작고 사소한 순간들의 가치를 되새기게 만듭니다. 조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삶을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 아닌 그 자체로 소중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배우게 됩니다. 조는 처음에는 자신이 무대에 서야만 인생이 완성된다고 믿고 있었지만, 그가 경험하게 되는 다양한 사건들은 오히려 ‘존재 그 자체의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합니다. 성공의 순간이 아닌,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온기를 느끼는 장면들이 그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영화는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인 ‘무언가 되고 싶은 열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면서도, 그 욕망이 전부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잊지 않습니다. 결국 조는 그토록 원하던 무대에 섰지만, 그 경험보다 더 깊은 감동은 다른 곳에서 찾아옵니다. 이는 관객에게도 큰 울림을 줍니다. 《소울》은 제목 그대로 ‘영혼’에 관한 영화이며, 동시에 우리가 진정한 삶을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묻는 작품입니다. 조 가드너는 단순한 픽션 속 인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모습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존재로 다가옵니다.
‘22’ 번 영혼, 삶을 거부한 존재의 성장
조의 여정에서 가장 인상적인 인물은 단연코 영혼 ‘22’입니다. 22는 수많은 멘토들 아브라함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 등 에게도 ‘삶의 목적’을 찾지 못하고 끊임없이 지구로 가는 것을 거부한 존재입니다. 그녀는 ‘삶’을 이해할 수 없고, 지구에 대해 비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으며, 살아가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그녀는 세상에 대한 회의로 가득 찬 인물로, 살아가기 위해 ‘불꽃(Spark)’을 반드시 찾아야만 지구에 갈 수 있다는 설정이 그녀의 정체성과 갈등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듭니다. 조와의 우연한 동행을 통해 22는 처음으로 지구의 삶을 체험하게 됩니다. 뉴욕의 거리, 피자 한 조각, 가을 나뭇잎, 바람의 감촉 등 지극히 일상적인 경험들을 통해 그녀는 삶이 생각보다 훨씬 풍요롭고 흥미롭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22의 변화는 극적인 사건보다 조용하고 섬세한 순간들을 통해 이뤄집니다. 특히 22가 조의 몸을 빌려 사람들과 교감하고, 낯선 세상을 경험하는 장면은 그녀의 내면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이러한 변화는 곧 그녀가 처음으로 ‘불꽃’을 발견하게 되는 계기가 됩니다. 그러나 이 ‘불꽃’이 단순히 삶의 ‘목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 자체라는 것을 조차도 조는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이는 영화가 말하는 핵심 메시지 중 하나로, 삶은 반드시 어떤 ‘목표’가 있어야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22의 성장은 비단 그녀의 이야기만이 아닌, 우리가 자주 마주하는 삶에 대한 불안과 회의,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희망의 가능성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아직 살아보지 않았기에 몰랐던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며, 관객에게도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존재로 기능합니다.
불꽃(Spark)의 진짜 의미, 삶은 목적이 아닌 과정입니다
영화 《소울》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불꽃(Spark)’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됩니다. 조는 처음부터 불꽃을 ‘재즈 뮤지션이 되는 것’과 같은 명확한 목표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가져야만 인생이 의미 있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영화는 점차 그 불꽃이 ‘인생의 목적’이 아니라, 단지 ‘삶을 살고 싶은 마음’ 임을 드러냅니다. 이는 삶을 ‘성취 지향적인 프레임’에서 벗어나 ‘존재 기반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강력한 전환점입니다. 22가 지구를 경험하며 불꽃을 찾게 되는 과정은 어떤 목표 달성도 없었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이었음을 말해줍니다. 바람을 느끼고, 하늘을 바라보고, 소리를 듣고, 타인의 손길을 느끼는 순간들이 바로 불꽃의 실체입니다. 조는 공연 이후 허탈함을 느끼며 "이제 뭘 하지?"라고 묻습니다. 그는 오랫동안 꿈꾸던 순간에 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느끼는 공허는 ‘과정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이 장면은 관객에게 인생을 어떤 시점으로 정의하기보다는 그 흐름 자체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불꽃은 성취가 아닌, 삶의 자세에 가깝습니다. 세상을 마주하는 태도, 살아 있음에 대한 감각, 주변의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마음이 바로 불꽃이며, 이는 모든 사람에게 다르게 다가옵니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당신의 삶은 이미 가치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특별한 목적 없이도, 단지 존재하고 느끼고 살아가는 그 순간들이 이미 충분히 의미 있다고 조용히 속삭입니다.
픽사의 철학, 어린이보다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
《소울》은 분명 애니메이션이지만, 어린이보다는 오히려 어른을 위한 영화에 더 가깝습니다. 픽사는 이전 작품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감정의 내면세계를 섬세하게 표현한 바 있지만, 《소울》은 한층 더 깊이 있는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며 관객의 사고를 자극합니다. 삶과 죽음, 자아와 목적, 성취와 허무 같은 주제들은 단순히 유쾌한 에피소드로 소비되지 않고, 서사의 중심에 정교하게 배치됩니다. 이는 픽사가 단순한 상상력 이상의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특히 삶에 대한 피상적인 성공과 실질적인 만족 사이의 간극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우리는 종종 ‘무언가 되기 위해 살아간다’는 생각에 사로잡히지만, 이 영화는 그것이 삶의 전부가 아니며, 오히려 소소한 순간들이 진짜 인생임을 일깨워줍니다. 또한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 특유의 시각적 상상력과 음악적 감성을 결합하여, 삶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으로 전달합니다.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가 참여한 음악은 재즈와 뉴에이지 분위기를 오가며, 인물들의 내면을 정교하게 반영합니다. 《소울》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선 사유의 여지를 남깁니다.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다시 질문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결국 이 영화는 우리 모두에게 ‘지금 여기의 삶’을 사랑하라고 말합니다.